환자가 아니면 비싸서 못 먹는 200원짜리 영양식
‘딜립’은 작년 3월 수자타 아카데미 1학년에 입학하자마자 아파서 저희 지바카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눈은 휑하니 큰데 배는 볼록 나와 영양실조 증상이 있었고, 앉아 있기도 서 있기도 힘든지 자꾸만 누우려고만 했습니다. 복수가 차 있었고 여러 가지 검사를 한 결과 장 결핵으로 판명되어 결핵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5년 전 엄마는 막내를 낳는 중 사망하고, 아버지가 혼자 돌을 깨서 5명의 어린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데 집안 살림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딜립’은 작년 4월 초 투약을 시작해 올 10월까지 18개월 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달 정기검진 때 결핵 완치판정을 받았습니다.
(결핵치료를 받으며 살도 찌고 눈도 또랑또랑해진 딜립. 18개월간의 치료 끝에 올10월 딜립은 완치되었다) 그런데, 결핵약 투약 중 ‘딜립’의 다리가 꺾이고 휘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소아마비인 줄 알고 걱정했는데 검사결과 칼슘이 현저하게 부족해 일어난 현상으로, 2달 간 칼슘주사와 칼슘 약을 먹는 처방을 받고 투약 중입니다.
‘딜립’처럼 이 곳 결핵환자들은 영양이 현저하게 부족합니다. 결핵환자들이 얼마나 허약한지는 닥터 검진 전 몸무게를 잴 때 확연히 드러납니다. 가장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환자는 ‘비가히’에 사는 ‘단모니 데비’인데 24kg입니다. 작은 체구에 뼈밖에 없습니다. 성인여자 환자들의 몸무게는 보통 28kg부터 40kg 사이에 있고 임신을 해도 50kg을 넘지 않습니다. 성인남자들도 35kg에서 45kg 사이에 있습니다. 그나마 체격이 큰 사람의 경우에 50kg를 넘습니다. 지난 번 완치판정을 받은 남자환자 ‘자그디스 다스’의 몸무게는 35kg였습니다. 그 몸무게에 병이 낫는다는 것이 신기하게만 여겨졌습니다.
둥게스와리 사람들의 주식은 보통 밥과 사부지(감자, 야채등을 넣은 국), 달(콩을 끓인 인도식 스프)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 곳 사람들은 그냥 소금에 밥을 비벼 먹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길 밖으로 밥을 가지고 나와 먹는데 아무 것도 없이 소금에 비벼 먹어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늘상 같은 것만 먹습니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단백질과 비타민이 많이 부족합니다.
(마을에서 아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 맨 밥에 소금을 비벼서 먹는다)
이처럼 먹는 것이 별로 없고 건강상태가 형편없어 결핵에 걸렸기도 하지만, 약을 먹어도 면역력이 떨어져 병이 낫질 않기에 인도jts 지바카병원 결핵파트에서는 오래 전부터 약과 함께 환자영양식을 무료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약처럼 소중한 영양식이지요. 의사인 버마 선생님께서는 열량만 내는 탄수화물보다 환자를 위한 영양식으로 칼슘이나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우유’와 ‘삭뚜’와 ‘짜나’를 권장하셨습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결핵파트에서는 환자영양식으로 ‘삭뚜’나 ‘짜나’를 줍니다. ‘삭뚜’는 콩가루이고 ‘짜나’는 생콩을 물에 불린 것인데 보통 ‘삭뚜’는 소금을 반죽해 양파와 곁들여 먹고, ‘짜나’는 설탕과 함께 먹습니다.
(결핵환자 영양식으로 제공하는 ‘싹뚜’(왼쪽)과 ‘짜나’(오른쪽))
추운 겨울에는 영양식으로 학교 식당에서 준비해 주는 따뜻한 밥과 ‘사부지’, 혹은 밥과 ‘달’을 가져다 먹습니다. ‘사부지’는 주로 감자와 양파등 야채를 넣어 만든 국이고, ‘달’은 숙주 비슷한 맛을 내는 콩을 끓인 것인데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사람이 많이 오는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간단히 ‘쭈라’를 먹습니다. ‘쭈라’는 찐쌀을 말린 것으로 설탕과 함께 먹습니다.
(결핵환자 영양식인 ‘밥과 사부지’(왼쪽), ‘쭈라’(오른쪽))
금요일에는 수자타아카데미 학교급식과 똑 같은 ‘스페셜푸드’로 과일을 먹고, 일주일에 두 번 달걀을 먹는데 보통 사람이 많이 오는 금요일에 줍니다. 그래서 금요일은 우리 환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입니다.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설레는 날입니다.
(환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스페셜푸드’는 과일1개,달걀1개,우유 한컵이다. 한국에서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여기서는 결핵환자가 아니면 이마저도 먹기가 어렵다)
수자타 아카데미 1학년 학생인 한 아이가 한달 내내 열이 내리지 않아 치료 때문에 결핵파트를 오가며 결핵환자들과 함께 검진을 받았는데, 환자들이 우유 먹는 풍경을 보았는지 자기도 결핵환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매일 와서 우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지바카병원에서 우유를 먹고 있는 결핵환자들의 모습)
지바카병원에 등록한 결핵환자는 누구나 매일 와서 영양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환자 1명에게 하루 영양식을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200원’입니다. 학교에 와야만 그나마 하루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딜립’ 같은 아이에게도, 하루 1,000원을 버는 이 곳 주민들에게도 영양식은 너무나 소중한 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잘 먹고, 잘 쉬고, 꼬박 약을 먹어야 낫는다는 이 병은 이 곳에서는 어쩌면 귀족병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결핵에 걸리고 싶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프고 힘든 병보다는 한 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인 이 곳 사정을 알면 이해하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글: 김원자(인도JTS 지바카병원 결핵파트)








1월 29th, 2010 at 1:52 오전
군살만 찌우는 간식비를 줄여서 불우이웃돕기에 써야겟다는,
왠지 눈물이 글썽해집니다.
우유가 먹고싶어 결핵환자가 되고싶다니 슬프네요ㅠㅠ
1월 30th, 2010 at 1:22 오후
염소와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
충격적이군요..